논문 리딩 세미나: 대표성
- Sehoon Park
- 2024년 10월 4일
- 2분 분량
젠더정치 연구회는 2024년 10월 4일(금), 고려대 SK미래관에서 젠더정치 논문 리딩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박상민, 박서영 학생이 여성 대표성(representation)을 주제로 논문을 발제했습니다. 김채현 학생은 스케치를 맡아주었습니다.
발제 논문
박상민: Clayton. 2015. “Women’s Political Engagement Under Quota-Mandated Female Representation: Evidence from a Randomized Policy Experiment.” Comparative Political Studies 48(3): 333-369.
박서영: Besley et al. 2017. “Gender Quotas and the Crisis of the Mediocre Man: Theory and Evidence from Sweden.” American Economic Review 107(4): 2204-2242.
스케치(김채현)
Clayton. 2015. “Women’s Political Engagement Under Quota-Mandated Female Representation: Evidence from a Randomized Policy Experiment.” Comparative Political Studies 48(3): 333-369.
해당 논문은 성별 할당제가 스웨덴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보는 것으로서, “선거 후보자의 할당제가 대의 민주주의, 특히 지방 정치인의 역량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대표 질문으로 꼽고 있다. 여성 대표성 증진의 문제에서 주로 능력주의의 논리와 부딪히곤 하는데, 그 틀을 조금은 깰 수 있는 측면으로 결과가 전개되고 있다.
스웨덴의 290개의 시 의회는 명부를 통한 비례대표제를 실시하며, 4년마다 선거를 한다. 각 지역 정당 조직이 투표용지 구성을 결정하며, 위원회 추천과 예비 선거를 거쳐 예비 명단을 작성하고, 당원 회의에서 투표하는 과정을 거친다. 따라서 당 지도자의 영향력이 강하고, 지역의 자율성이 많이 보호된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여성과 남성 이름을 번갈아 명부에 작성하는 Zipper Quota를 도입함으로써, 그 다음 선거의 여성 당선자 비율을 약 10% 상승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는 공천 비율 권장의 방식보다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이때 흥미로운 것은 할당제를 10%p 늘리는 것이 유능한 남성의 비율을 4.4% 상승시키는 효과를 낳았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당의 평범한 지도자가 평범한 follower를 지명해 자신의 생존 확률을 높이게 되는데, 지도자가 지명할 수 있는 follower의 인원에 한계가 생겨 평범한 리더의 생존 확률이 11% 감소했다. 이에 따른 평범한 리더의 사임률이 높아지며 기대 역량이 증가하고, 실제로 평범한 남성 리더가 사임한 지역에서 그 다음 선거 기간에 follower의 역량은 가장 크게 향상되었다.
이는 여성 할당제가 여성에게만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을 반박할 수 있는 결과다. 유능한 여성의 비율은 높이지도, 낮추지도 않고 유능한 남성의 비중만 높아지기 때문에 할당제에 대한 능력주의적 비판을 해소할 수 있는 분석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요지다.
10월 4일 세미나에서는 해당 논문의 전개 방식이 논리적인지, 모든 할당제의 경우에 이를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검토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선 해당 논문에서 “역량”을 측정하는 기준을 소득으로 놓은 것에 주목했다. 소득의 결정 요인이 나이, 교육 수준, 그리고 직종 등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일 경우에, 말하자면 일반적으로 소득이 높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요소들과의 오차가 클 경우에 그 사람이 소득이 높을수록 높은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이해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측정 방식이 새롭다는 논의가 있었다.
더하여 스웨덴의 선거제도가 ‘선호투표제’이기 때문에 leadership survival에 위기가 온다는 것을 이해해 볼 수 있었다. 선호투표제는 유권자가 투표용지에 후보자에 대한 선호 순위를 매겨 투표하는 제도다. 리더가 명부상 우선순위에 있더라도 유권자의 선택에서 밀려나면 생존하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선호투표제라면 zipped quota를 적용하는 것이 여성 대표성 증진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점도 남았다.
말미에 유의미하게 제기된 지적은 백래시에 대한 우려였다. 할당제를 통해 여성이 의회로 많이 진출함과 동시에 남성 정치인의 역량이 증진된다면, 역으로 여성 정치인에 대한 반발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Besley et al. 2017. “Gender Quotas and the Crisis of the Mediocre Man: Theory and Evidence from Sweden.” American Economic Review 107(4): 2204-2242.
해당 논문은 여성 할당제의 적극적 조치가 사람들이 여성 대표성을 바라보는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해 주목한다. 여성만이 당선될 수 있는 선거구를 지정하는 방식으로의 할당제가 적용된 Lesotho의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할당제가 여성 대표성에 대한 인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데 주목한다.
일반적으로 여성의 기술적 대표성 향상을 시민들이 반드시 좋게 여길 것이며, 여성을 더 정치 내로 진입시킬 수 있는 좋은 제도로 볼 것이라는 가정이 있다. 그러나 본고에서는 쿼터제는 차별 인식과 결합되면 되려 여성이 불공평한 이점을 누린다는 낙인을 찍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는 여성이 아닌 사람들의 인식뿐 아니라, 여성의 인식에도 적용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여기서 Quota Effect와 Female Representation Effect는 다르다는 지적이 있다. 후자의 경우에 관련해, 남성으로만 이루어진 정부는 여성에게 심리적 장벽을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여성이 MP에 많을수록 더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고, 여성 의원이 많을 때 여성이 더 정치에 효능감을 느낀다는 것은 많은 연구를 통해 증명된 바가 있다.
그러나 Quota는 자칫 정당성이 없어 보이면 오히려 정치 참여를 약화한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적 합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외삽된 것일 때, power-sharing의 형태가 아니라 exclusionary한 형태일 때, 여성이 역사적 소외를 근거로 대우받아야 하는 집단으로 여겨지지 않는 경우 사회적 낙인이 형성된다. 이는 여성 할당제에 대한 반발심을 강화한다.
세미나에서 이 논문을 다룰 때에는 이러한 결과가 모든 할당제의 경우에 포괄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중심적으로 전개되었다.
Lesotho에서 실시하는 할당제는 특정 선거 지역구에서 아예 남성을 배제하는 구조다. 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비례대표제 명부에 남녀를 번갈아 쓰거나 공천 비율을 지정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가장 남성을 배제하는 경우의 할당제가 사람들의 공정성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경합을 덜 하고, 할당제로 배정되지 않아도 당선되는 여성이 있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이러한 할당제가 필요한 당위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제공하는 데 방해 요인이 된다.
또한 여성할당제가 실시된 지 오래되지 않아 당장 판단이 불가하고, long-term effect를 살펴야지만 유의미한 판단이 가능할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여성만 당선될 수 있는 선거구를 구분하는 정책은 공정성이나 능력치에 대한 인식 변화로 장기적으로 여성 당선인을 줄일 수도 있다는 지적, 그리고 정치사회화 과정에서 여성 정치인의 증가를 경험하는 여성이 많아지면 오히려 정치참여에 긍정적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제안 등이 이어졌다.
Conclusion
두 논문은 성별할당제가 남성 정치인에게 가져오는 긍정적 효과, 그리고 여성 유권자에게 가져오는 부정적 인식을 다룸으로써 사람들이 단순하게 생각하는 “성별할당제가 남성에게는 부정적, 여성에게는 긍정적이다”라는 인식을 깨는 시도를 한다. 다만 이것이 한국의 선거 제도와 사회적 배경이 다소 상이하기 때문에 어떠한 함의를 줄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할당제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어떤 흐름으로 어느 정도까지 설득할 것인가이다. Sweden 사례에서의 백래시 우려나 Lesotho 사례에서의 여성들의 할당제 거부 현상은, 할당제가 충분한 공감을 이끌어 내지 못한 상황에 해당한다. 이 필요성에 국민들이 동의할 수 없다면 제도에 대한 논의가 더 많은 소위 말하는 ‘젠더 갈등’의 기폭제가 될 수 있어 조심스러운 것 같다.
그런데 한국에서 여성이 충분히 대표되지 못하는 것은 선거제도 자체의 문제일 수 있다. 한국 국회에는 기성세대 남성 정치인이 가장 많고 여성과 청년과 소수자는 그들보다 확연히 적다. 국민 모두가 충분히 대표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의원 구성 자체에서의 변화가 필요하지는 않을까. 여성이 더 대표되어야 한다는 언어를 사용하기보다, 모든 사회 구성원이 골고루 유사하게 배치되어야 한다는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다수의 공감을 이끌어 내기 용이하고, 지금의 한국 사회에는 더 설득력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Comentarios